강변의 숨, 일상의 틈
THE QUITE EDGE
서지민 SEO JIMIN
emhsei@naver.com
한강과 도시 사이, 물길이 흐르는 곳에서 소음은 잦아들고 자연을 마주하다.
이 프로젝트는 한강과 도시 사이에 놓인 단절의 경계에서 시작되었다. 흑석동의 사이트는 현재 쓰레기 집하장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며, 도시의 소음과 한강의 고요함은 그곳을 경계 삼아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트 아래, 흑석 빗물 펌프장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던 배수로의 흔적을 발견하며, 나는 그 경계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배수로를 따라 열린 물길은 단절을 허물고 도시를 다시 한강과 잇는다. 이곳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일상의 소음을 잠시 비우고 자연의 호흡을 마주하는 감각적 공간이다. 드러난 배수관의 흐름을 따라 숨을 고를 수 있는 중정, 물길을 따라 강으로 나아가며 소음에서 벗어나는 길, 올림픽대로 너머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그 공간을 이룬다.
배수로의 레벨에 맞추어 조성된 중정은 한강의 수위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수위가 낮을 때는 수로의 흔적을 가까이서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넓고 열린 공간으로 존재하다가, 수위가 상승하면 강물이 배수로를 타고 밀려들어와 거대한 수공간으로 변모한다.
이 변화하는 공간은 건축 속에 자연을 담아내는 장치이자, 이용자가 시간의 흐름을 몸소 경험하는 무대이다. 이 프로젝트는 경계를 허문 자리에 사람과 자연이 교차하는 풍경을 제안하며, 도시 속에서 자신과 마주하고 자연과 하나 되는 건축적 가능성을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