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장면과 풍경, 순간의 퇴적, 그리고 그 시선 끝의 나를 바라보다.
대부광산 퇴적암층 공간전시관 설립 프로젝트
장필립
우리는 삶에 지쳐있다. 미디어와 자극적요소에 대한 중독, 빠르게 지나가는 유행과 문화, 우울감 등 기술적으로는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점차 내면적, 심상적으로는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바쁘게 살아간다. 학업, 일, 생활에 치여 조금은 맘 놓고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문득문득 추억 한 켠에 기억된 과거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라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의 추억에 잠겨 힘든 현재를 잊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우리는 성장해가며 눈높이가 달라지고, 그에 따라서 보고 느끼는 것들도 시시각각 변해왔다.
그렇게 변해온 우리의 기억을 돌아보고 싶다는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다.
우리의 기억은 쌓이고, 때로는 깨지고, 그것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의 심상을 울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특성은 퇴적물의 성질과 같다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작은 것들이 쌓여 거대한 퇴적암층이 되고, 때로는 그것들이 외부요인에 있어 깨지고 흩어지며 깨진 공간 사이에서 울림을 준다. 이러한 물성을 활용해 잠시 잊혀지고 숨고, 나를 되돌아보며 쉴 수 있는 공간의 공간전시관을 제안한다.
대상지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위치한 대부광산 퇴적암층으로, 1999년 대부광산 암석채취 중 발견된 공간이다.
두 봉우리가 두각되는 사암질의 퇴적암층이 존재하며 퇴적암층이 둘러 싼 중앙의 호수와 광활한 대지 위의 쪼개진 퇴적암, 방문객들이 쌓아놓은 수많은 돌탑들이 특징이다. 또한 둘레길을 통해 봉우리 위에도 올라 갈수 있고 다양한 동선이 존재해 전시관의 동선과 연계되어 또다른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며, 퇴적암층이 대지를 둘러싼 형태와 고요한 호수가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대지 북측의 진입로부터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동선을 퇴적암층의 특정 뷰포인트를 기준으로 나뉘어진 9개의 시퀀스로 구성하여 각각의 공간에서 다각화된 시선과 각기다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진입공간인 시퀀스1은 퇴적암층과 맞닿은 외부공간이다. 외부 산책로를 따라 퇴적암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시퀀스2는 좁은 복도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을 따라가는 공간으로, 벽체 사이로 드러나는 퇴적암층을 바라보며 빛과 어둠을 공존하게 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시퀀스3은 기존의 대지 형태를 유지하고 천장의 레벨을 다르게 하여 빛과 물을 유입해 울림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시퀀스4는 브릿지를 통해 다음 공간으로 넘어 갈 수 있는 연결공간으로, 점점 좁아지는 벽과 물위의 브릿지로 시각의 변화를 주었다.
시퀀스5에서부터 대공간이 시작되며 동선 선택에 따라 시각적, 공간적 경험이 다양해 질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된다.
시퀀스6은 호수를 향해 길게 뻗어있는 브릿지 끝에 도달할 때까지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퇴적암층을 담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시퀀스7은 시퀀스5와 대칭되는 공간이지만 기존 퇴적암층의 전망대와 마주하며 호수의 윤슬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시퀀스8은 퇴적암층의 우측 봉우리를 프레임안에 넣고 높은 벽체로 그 이외의 공간을 막아 정적인 공간을 구성했다.
시퀀스9는 마지막 공간으로서 퇴적암층의 등산로를 조망하고 공간전시관의 이후 동선을 제시해 단순히 건물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외부로도 이어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제시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다각화된 공간과 시간의 흐름, 날씨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공간감이 달라질 수 있게 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왔다.
따라서 재방문 시에도 이용객 본인의 기분에 따라 언제나 다른 느낌으로 공간이 제공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