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ING THE GAPS
틈을 걷는 행위로부터 시작되는, 도시와 삶의 새로운 얽힘
강보민 KANG BOMIN
bomen1@naver.com
생산, 소비, 주거라는 도시의 기본 기능이 서로 얽혀 공존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과 공간 구조
우리는 서울 도심을 걷다 보면 경의선 숲길이라는 선형적 흐름과 그 주변의 대비적인 환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쪽에는 소비 중심의 건물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주거지와 소규모 작업장들이 이어집니다. 저는 이 두 흐름 사이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결과, 도시의 기본 기능인 생산·소비·주거가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얽히는 공간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세 가지 기능을 섞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실제 우리의 도시 생활이 기능별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카페에서는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일을 하기도 하며, 집 근처에서는 전시를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작업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기도 하지요. 이처럼 우리의 일상은 경계가 모호합니다. 저는 건축 역시 이러한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기능을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공간을 풀어냈습니다.
설계 과정에서 저는 경의선 숲길의 선형적 흐름을 건축 내부로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이 단순한 이동 통로에 그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면적의 흐름으로 확장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공간 안에는 ‘틈(GAP)’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틈은 단절이 아니라 오히려 연결의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거와 생산 사이에는 커뮤니티 라운지를 두고, 생산과 소비 사이에는 카페나 전시 공간 같은 매개 공간을 배치해 기능의 경계를 흐리게 했습니다. 이렇게 기능은 구분되지만 관계는 유연하게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흐름과 중첩은 사용자가 도시와 건축, 그리고 삶의 장면을 걷고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결국 이 설계는 단순한 기능 배치가 아니라, 흐름과 틈, 그리고 경계의 전략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시도입니다. 도시는 점점 더 복합적으로 얽히고 있으며, 이를 담아내는 건축 역시 유연하고 중첩된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Walking the Gaps”는 이러한 흐름을 걷는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본 도시의 단면이자, 미래 도시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