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Graduation Portfolio

풍경을 담는 방 - 우수상

김정인

풍경을 담는 방

장수마을, 구릉지형 저층주거지 주거 및 커뮤니티 제안

김정인

“삶을 풍요롭게 하는 주거 집합”

현대 주거에서 사람을 위한 건축은 사라져 왔다. 국내 가장 많은 주거 유형인 아파트는 낱개 주택이 서로 무신경하게 모아져 있기만 한 ‘주택집합’이다. 사람의 삶을 담고자 하는 ‘주거집합’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개인과 개인은 연결되지 못한 채 단절되고 분리되고 있다.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현대 도시의 붕괴된 공동체를 건축을 통해 되살릴 수 있을까?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주거 집합은 어떤 공간을 통해 형성될 수 있는가?”
“무엇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가?”

따라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각각의 개인이 다른 개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중간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해보고자 하였다. 개인의 공간과 커뮤니티 기능이 담긴 여러 개의 ‘방’이 모여 자연스럽게 방들의 사회를 이루고, 사람의 사회를 이루는 ‘주거집합’의 한 유형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누군가는 달동네라고 부를수도 있는, 낙산공원 옆 장수마을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공간의 결핍과 함께 그 가능성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은 서울 성곽마을 중 하나로 마을사람들의 마을에 대한 애정으로 2013년 도시재생을 시행하였으나, 시설 노후화와 인구 노령화로 인해 다시 노후화되었다. 마을 전체가 문화재보호구역 및 역사문화보호구역에 포함되는 지역으로 재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적은 지역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마을을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의 삶의 풍경이 있고, 한양도성으로 인한 뛰어난 자연풍경이 있다. 이 특징이 사람들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가능성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기존의 맥락을 무시하는 재개발보다는, 기존의 맥락을 고려한 주거 및 커뮤니티 시설이 필요하다. 이러한 가능성을 살려 거주성까지 높여주는 방안을 고민하고자 하였다.

대상지는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1가 293-1 일대에 면적 약 1080㎡ 이다. 이곳을 새로이 개발하되, 기존의 맥락을 해치치 않고 마을이 가진 기억을 보존하고자 하였다.
(1) 기존 길의 형태를 보존하였다.
(2) 기존 길의 축을 그대로 활용하되, 사용성을 위한 폭 확장
(3) 신축 건물의 매스를 주변 건물 크기를 고려하여 작게 쪼개 배치
(4) 대지가 갖는 레벨을 그대로 활용하여 다양한 레벨에서 진입, 건축물 자체가 레벨 보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일상적 공간에서의 건축적 감흥”을 통해 거주지에서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리는 것을 상상하였다. 그 방법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경험은 기억을 남기고 그 기억이 삶을 풍부하게 하기 때문이다. 경험은 크게 관계적 경험에서 얻어지는 풍요과 시각적 경험에서 얻어지는 풍요가 있다고 보았다.

(1) 경험적 풍요 : 자연스럽게 만나는 공간의 형성

먼저, 사람들과 만나는 관계적 경험에서 오는 풍요를 형성하기 위해 만남을 도모하는 공간을 형성하였다. 이를 위해 공간의 위계를 설정하여 커뮤니티 공간은 도로와 인접한 저층부에, 그 위로 8개의 주거공간이 배치되었다. 8개의 주거공간은 다시 2-3개의 주거공간으로 묶여 그 사이에 마당, 마루와 같은 공용공간이 형성된다. 이는 또다시 다양한 동선을 통해 연결된다.

8개의 주거공간은 각기 서로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어, 이는 곧 하나의 연립주택이 아닌 여러 개의 단독주택의 집합이다.

“마을이 전체가 우리집”

개인 공간의 면적이 작지만, 마을의 모든 작은 방과 방들이 이어져 마을 전체를 생활공간으로 쓰게 된다. 개인의 삶에 따라 다양한 동선이 발생하고, 다양한 삶이 마주친다. 더 생동감있는 마을이 된다.

<시각적 풍요 : 외부의 풍요를 내부의 풍요로>

다음으로,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경험으로 이뤄지는 풍요는 건축물 사이에 관입되는 성곽의 풍경, 공간 내부로 끌어오는 바깥의 차경, 다양한 레벨의 테라스를 통한 시선의 교류, 공용공간을 통한 시각적 연결, 북사면의 대지 특성에 대한 채광문제를 보완할 천창 등으로 공간을 더 풍요롭게 하고자 하였다.

주거 공간 사이의 마당에서는 건물 틈 사이로 성곽의 풍경이 들어오며, 이곳에서 다양한 만남과 행위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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