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이여 영원하라
옥매광산 강제징용 사건 추모공간
김영창
대부분의 건축물은 움직이지 않는 ‘부동성’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사라져 버리고 흩어지는 기억을 건축이라는 물질로 단단하게 고정힘으로써, 과거의 아픔과 경험을 영속화 한다. 또한, 건축이 지닌 ‘구체성’은 개개인의 내밀한 기억을 집단적이고 외재적인 표상으로 형성하게 하여 기억의 전승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순환을 통해 기억은 건축을 통해 매개되며, 건축 또한 기억을 통해 지속되는 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필자는 건축의 특성인 부동성과 구체성이 메모리얼 건축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여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세대에 걸쳐 기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건축의 역할이며. 이는 건축이 지닌 본질적인 특성을 활용하여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 그 의미를 전달하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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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는 건축의 본질을 담으면서 의미를 전달하는 주제로 옥매 광산 강제징용사건을 선택하게 되었다. 옥매 광산 사건을 주목하게 된 점은 필자가 생각하기엔 잊혀져서는 안되는 역사가 잊혀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에는 역사의 증거인 광물 창고가 잊혀진 채 하나의 흉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를 보고 과거와 동일하게 보존 되어있는 환경과 아픈 역사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질적인 요소들을 활용하여 기억의 계승을 이루고자 하였다.
매력적이지만 잊혀진 땅, 그리고 역사를 위해 과연 건축가로서 어떤 방향으로 접근 해야하나 많은 고민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 역사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사건의 기억을 보존하고 있는 땅, 그리고 땅에 새겨진 유일한 역사는 그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역사의 흐름을 큰 축으로 잡고 그 당시 강제 징용자들이 느꼈던 감정을 메인 시퀀스로 설정하였다. 필자는 일반적인 전시가 나열된 정보전달식의 추모관이 아닌 건축적인 언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며 전시를 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과거의 아픔과 기억을 깊이 느끼고 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역사에 따라 필자가 설정한 감정 시퀀스는 아래와 같다.
-강제 징용의 시작 후 느꼈던 조국을 잃고 핍박당하는 고통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의 감내
-조국의 광복으로 느낄 수 있었던 희망
-끝내 돌아가지 못하고 꺼져버린 희망과 느꼈던 절망이다.
빛, 벽, 천장, 재료 등 필자가 설정한 건축적인 요소로 표현된 감정의 공간들을 마치고 나오면 과거의 광물창고가 눈앞에 드리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광물창고는 존재 자체로도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최대한 보존을 하는 방향을 선택하였다. 이 공간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계승의 공간으로써 모든 전시를 끝마친 후 모든 역사를 알고 마주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옥매광산 강제 징용사건 추모 공간은 아픈역사에 대한 기억을 고정하고, 이를 통해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하며 최종적으론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