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Graduation Portfolio

STAY CLOSE - 대상

김덕중

STAY CLOSE

강원도 춘천시 고구마섬 추모공원 조성 프로젝트

김덕중

한국인은 장사(葬事)문화에 익숙합니다. 세대가 지나고 코로나라는 초유의 전염병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현재는 장사문화가 다소 시들해졌지만, 이전에는 명절과 기일에 가족끼리 모여 제사를 지내고 이후 봉안당 등 고인이 모셔진 곳에 들려 추모하는 행태를 많이 보였었습니다. 이토록 친숙한 문화임에도 우리가 죽음과 관련된 시설에 거부감을 느끼고, 늘어나는 사망자 수와 화장률로 인해 장사시설의 확충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임에도 님비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계속 의문을 가져왔으며, 이 의문이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점입니다.

기존 장사시설은 죽은 자를 기리는 시설임에도 이용객의 감정을 자극하기보다는 지극히 기능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장과 화장장의 경우 기능의 성격상 정말 잠시 머무는 공간이자 주 이용객의 감정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공간을 통해 이용객에게 무언가를 느끼도록 하는 것은 다소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봉안당, 추모공원과 같이 낮은 빈도로나마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공간은 얘기가 다릅니다. 수용량을 늘리기 위해 설계된 공간은 이용객이 오래 머물고 싶어도 머물 수 없는 딱딱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고인을 기리기 위해 찾아가야 하는 공간이 숙제처럼 찾아가야 하는 공간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이 공간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진심으로 고인을 기리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입니다. 본 프로젝트에서는 이용객이 다양한 형태로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추모공원 제안합니다.

대상지는 강원 특별자치도 춘천시 사농동에 위치한 고구마섬으로, 89,721.44㎡ 크기의 작지 않은 섬입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춘천 도심부에서 대중교통을 활용해 20분 내로 도착 가능한 높은 접근성을 보여주며, 강물이 주거지와 섬을 분리해 주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가 가까움에도 심리적 거리감이 발생해 인접 주민과 추모공원 사이 완충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섬 북단의 다리로 진입하여 남으로 흐르는 동선을 구성했습니다. 강물이 흐르는 방향과 같아 자연스럽게 공원의 깊은 곳으로 방문객을 유도합니다.
주차장과 추모공간이 직접 연결되는 형태에서 벗어나 진입, 회상, 추모 3개의 시퀀스로 나누어 각 공간과 일치하는 행위가 일어나도록 구성했습니다.
긴 진입로를 따라가면 깊고 거대한 원형 공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중앙을 차지하는 수공간의 잔잔한 물과 열주는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며,
원형의 매스는 사무실, 상담실, 유족대기실, 카페 등 필요한 시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과 함께 방문객의 동선이 연결복도로 향할 수 있도록 합니다.
회상 공간은 온실과 기도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공간은 중앙의 연결복도를 통해 진입할 수 있습니다.

연결복도는 방문객이 날씨와 소통할 수 있도록 지붕이 없는 형태를 취하며, 열주를 활용해 동선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별개의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의도해 디자인했습니다.

온실은 항상 같은 환경을 유지합니다. 언제 방문하더라도 같은 환경을 유지하는 공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과 같습니다. 멈춘 시간 속에서 영상을 통해 고인을 회상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온실 중앙의 외기와 통하는 공간을 조성하고 공동 헌화단을 설치하여 방문객이 헌화를 하며 현실과 마주할 수 있도록 합니다.

기도 공간은 개별 기도실과 자율기도 공간으로 구분되며, 각 공간은 레벨을 통해 분리됩니다. 상부의 개별 기도실은 폴리카보네이트로 마감된 박스 형태의 매스 안에 유리 바닥을 설치
하여 마치 빛 속에 부유하며 기도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기도를 하는 동안 방문객은 외부의 빛과 간접적으로 소통합니다. 하부의 자율기도 공간은 개별 기도실을
투과한 빛이 은은하게 내려오는 넓은 공간에서, 방문객이 원하는 형태의 기도를 자유롭게 취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추모 공간은 새로운 형태의 봉안당과 야외 봉안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결복도를 통해 진입할 수 있습니다.

기존 봉안당은 벽을 바라보는 밀도 높은 선반으로 구성되어 추모 대상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중정을 바라보는 형태의 선반을 디자인, 모듈화하여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선반을 통해 방문객의 시선에 들어오는 외부의 빛과 날씨는 고인을 향하는 시선의 집중도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방문한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연결복도의 끝에서 진입하는 야외 봉안지는 남북 축을 강조하는 인공 구조물과 별개로 자유로운 축을 활용하여 공원 구석구석과 연결됩니다.

본 프로젝트는 외부의 날씨와 빛이 방문객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습니다. 진입, 회상, 추모 공간 모두 방문객이 방문한 날의 날씨와
빛을 느끼고 기억하게 하며, 방문일에 대한 생생한 기억은 재방문할 때마다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히 치유되고 있는 마음에 하나의
지표를 제공하여 더 머물고 싶은 공간, 자주 방문하고 싶은 공간, 동반자와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ork Det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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